- 본 글은 독립서점 플랫폼 어플 '킨디'를 제작하는 기간 동안 남겼던 메모를 엮어 재가공한 글입니다.
- 따라서, 상당히 주관적인 글이며, 당시 제가 느꼈던 걱정, 불안감, 긴장, 즐거움, 자기반성 등의 감정이 소상히 적혀있습니다.
- 더군다나, 현시점에서 다시 더듬어보는 상황도 있기에 부정확한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 그러니, 재미로만 봐주세요.
- 혹시, 킨디가 궁금하신가요. (그렇다고 해주세요) 앱 스토어에 출시되어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0
언제부터 였을까. 무의식 속에 독립서점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친한 친구 중 한 녀석이 올해 초 독립서점을 오픈했다. 직장도 다니는데 (야근도 꽤 자주 하는 것 같은데), 시간을 내서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게 참 멋지고 낭만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워낙 친한 친구라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독립서점에 대한 얘기도 심심찮게 엿들을 수 있었다. 평소 책을 좋아해서 독립서점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는 알고는 있었다만, 그 친구 덕에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친구네 서점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하면서 운영해가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참 재밌게 가꾸어 나가구나 생각을 했다.
올여름 일주일 정도의 휴가가 주어졌다. 그간 묵은 스트레스와 체증을 씻으려 제주도에 다녀오는 계획을 짰다. 제주도에는 매력적인 독립서점이 아주 많기 때문에 (책방 지도가 따로 있을 정도) 몇 군데 들리는 일정도 넣었다. 나는 구좌, 종달리, 세화 등 동쪽에 머물렀는데 이쪽 부근의 독립서점이 무엇이 있는지 찾기 위해 인스타와 몇 가지 지도 어플을 뒤지며 찾았다. 제주도답게 육지에서는 못 볼 색다른 서점들이 많았고,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 있어서 구매하기도 했다.
문득 독립서점에 관한 커뮤니티나 어플이 있나 싶었다. 앱 스토어에 '독립서점' 을 검색해봤더니 뚜렷한 무언가가 없었다.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친구 녀석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독립서점 어플이나 사이트 같은 게 있는지, 출판물이나 서점 정보는 어떻게 얻는지, 커뮤니티가 있는지, 그쪽 사람들의 성향은 어떠한지 등등. 무언가 건드려볼 만한 것이 있겠구나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1
아카데미에서는 마지막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소문이 돌고 있었다. 우리들이 직접 아이디어와 팀을 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나는 룸메이트도 없는 자취생이고 친구(?)도 없는 몸이기에 비교적 소문을 늦게 접하게 되었다. 그 정보를 접하게 되었을 즈음, 이미 *러너들 사이에서는 물밑 작업이 꽤나 진행된 상태였다. 누구는 누구와 팀을 하고 누가 팀을 모집하고 있다. 이미 팀원을 구성한 팀도 있었고, 아직도 팀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거나 미리 공지를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품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이는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기대감이나 열정을 품고, 어떤 이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을 느끼는 등, 양가의 감정이 우리를 뒤덮고 있었다.
* 러너 (Learner) : 아카데미 학생들을 지칭하는 말
#2
시간이 지나고, 오피셜 공지가 떴다. 소문대로 우리가 직접 팀을 빌딩하고, 아이디어도 직접 기획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더해, 각각의 아이디어 피칭을 진행해서 투표를 통과한 팀만 살아남는다는 서바이벌 형식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팀 빌딩에 관해 오고 간 얘기가 없었기 때문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이미 만들어진 팀에 들어가든지, 내가 직접 팀을 만들든지.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꽤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흐름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여러 선택지 중 독립서점 아이디어로 직접 팀을 빌딩하는 패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3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디어에 3개월을 쏟아부을 열정이 생기지도 않을 것 같았고, 내 성격상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팀에 남는 자리 있냐고 기웃거리고 싶지도 않았다. 피칭할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사이트가 열렸고, 곧바로 지원했다. 이후 지원한 아이디어 리스트가 공개되었다. 나 같은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고, 이미 결성된 팀도 많았다. 팀 유지를 위해 아이디어 피칭은 명목상 진행하는 팀들도 더러 있었다. (아이디어 피칭을 진행하지 않으면 공식 팀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룰이 있었다.) 나는 마치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든 장수가 된 기분이었고, 이럴수록 더 잘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당 약 1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간단한 키노트 한 장과 (만들어보니 전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스크립트를 준비했다. 그렇게 아이디어 피칭을 잘 마무리했고, 투표가 진행됐다. 이윽고 투표 합산이 끝났다는 공지와 함께 결과가 공개되었다는 알림이 왔고, 곧바로 확인했다. 제일 우뚝 솟아있는 막대 그래프를 보니 '서점/독자/작가를 이어주는 독립서점 플랫폼'이라고 적혀있었다. 1등이었다.
킨디
[내 손 안의 독립서점, 킨디] 킨디는 큐레이션과 독립서점(인디 서점) 을 합친 말로, 독립서점과 독자, 그리고 작가까지 연결해주는 독립서점 플랫폼 어플입니다. 킨디를 사용해서 흩어져있던
apps.apple.com
'Retrospecti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라이머 21기 데모데이 참석 후기 (0) | 2023.03.02 |
---|---|
독립서점 플랫폼 어플 '킨디' 제작 일지 (2) - 팀 샌들즈 어셈블 (0) | 2022.12.20 |
독립서점 플랫폼 어플 '킨디' 제작 일지 (5) - 베타 버전 출시까지 (Feat. 코로나 확진, 워케이션) (0) | 2022.12.10 |
독립서점 플랫폼 어플 '킨디' 제작 일지 (4) - 개발 시작 (Feat. 애자일, 스크럼, 칸반, PR 문화, 플래닝 포커) (0) | 2022.10.29 |
독립서점 플랫폼 어플 '킨디' 제작 일지 (3) - 기획 과정 (Feat. 유저 리서치, 페인 포인트) (0) | 2022.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