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 글은 독립서점 플랫폼 어플 '킨디'를 제작하는 기간 동안 남겼던 메모를 엮어 재가공한 글입니다.
- 따라서, 상당히 주관적인 글이며, 당시 제가 느꼈던 걱정, 불안감, 긴장, 즐거움, 자기반성 등의 감정이 소상히 적혀있습니다.
- 더군다나, 현시점에서 다시 더듬어보는 상황도 있기에 부정확한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 그러니, 재미로만 봐주세요.
- 혹시, 킨디가 궁금하시다면 이쪽으로 오세요.
#1
긴 기획 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개발의 첫 삽을 퍼올렸다. 이전 기획 단계에서는 팀원 모두가 회의에 참여하고, 같은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일이 많았다. 기획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서는 디자인, 개발 팀으로 나눠서 일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새로운 회의 체계를 마련해야 했다. 우리는 칸반 중심의 방식을 택했다. (칸무새 스템) 칸반이라 하면 보통 애자일 방식으로 일하며 각자 진행중인 일을 표시하고 공유하는 '사람' 중심의 업무 방식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칸반 방식으로 일한다면, 칸반 보드를 활용하는 건 공통인 대신, 팀원이 하나의 칸반 티켓을 맡아 처리하고 나면, 곧바로 대기 목록에 있는 티켓 중 하나를 골라 업무를 곧바로 처리하게 하는 '업무 중심'의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분야에 따라 일을 나누지 않고, 각자 다음 일이 완료되어 넘겨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없어지기도 하여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해서 이 방법을 채택했다. 밑의 동영상을 보면 어떤 개념인지 더욱 이해가 쉽다.
https://www.youtube.com/watch?v=ahZ6qsWG-OM
#2
여기에 플래닝 포커 방식을 추가로 적용했다. 참고로 난 플래닝 포커를 굉장히 좋아하고 선호한다. 아무래도 팀을 이끌어가다보니 전체 일정을 계속 신경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팀원들이 각자 잡고 있는 칸반 티켓이 며칠이나 걸릴지 알아야 하고, 팀원들도 이를 잘 인지해줬으면 좋겠다. 여기에 플래닝 포커 만한 게 없다. 플래닝 포커는 각자 맡은 일이 몇 시간 내에 (또는 며칠) 끝날 지 서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만약 공표한 시간보다 늦어져도 괜찮다. 이를 스스로 피드백하여 정확한 자신의 업무 시간을 파악해나가는 게 장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플래닝 포커와 함께 일정을 관리해나갔다. (그럼에도 연기되는 일정이 많았지만, 플래닝 포커 덕분에 그나마 줄일 수 있고, 예측하여 대비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3
나는 주로 컴포넌트 개발을 맡았다. 내가 맡은 파트는 MC3에 진행했던 부분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그걸 보면서 복습할 겸 작업을 진행했다. 이전 팀의 코드를 다시 한번 살펴봤는데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고 느껴졌다. 개발을 맡은 팀원들 하나 하나의 수준이 높았다. 수준이 높은 팀원을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때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들었다. 역시 내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그와 동시에, 나중에 지금 팀을 돌아봤을 때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볼 만큼 해보자.
부쩍 개발이 재밌다. 내가 재미를 느끼는 주제를 만들기 때문인 걸까, 더욱 잘하고 싶다. 잘하고 싶기 때문에 열심히 한다. 열심히 하기 때문에 이전에 몰랐던 내용들을 하나씩 이해해간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이 부쩍 재밌다. 선순환이다. 역시 뭘 하든 내가 좋아하는 걸 해야 열심히 하는 구나. 그전에 그렇게 스스로 열심히 하자고 고삐를 당겼건만. 주제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지금만 못하네. 재밌는 거 하자.
그런데, 재미만이 나를 움직이는 요소라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늘 아이템 선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팀을 이끌었는데 지금과 무엇이 다를까? 강력한 요소로 책임감이 몇 스푼 들어간 게 이유인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나 혼자 만든 아이디어로 발표를 했고, 팀원들을 모았기 때문에, 공식적인 '팀 리더'라는 직책이 부여된 상황이다. 그렇기에, 내가 관여하는 일이 많다. '독립서점'이라는 주제가 마이너하기도 해서, 플랫폼 기획 과정에서 팀원들을 이해시키고, 딥 다이브할 수 있게 도우며 이끌다시피 하는 모습이다. 앞장서서 나아가고 있는 만큼 그만한 책임감도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고, 나 때문에 그르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팀원들에게 내가 잘하는 사람인 것을 증명하고 싶다. 이것이 강력한 동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4
프로젝트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예상보다 2주나 개발이 미뤄졌다. 애시당초 개발 기간을 무리해서 빨리 계획한 것도 있겠지만, 개발 들어가기 1주일 전에 무언가 진척이 없는 것 같음을 느꼈다. 진흙속에서 걸어가는 기분이랄까. 우리도 모르게 두 발에 시간과 편안함이란 모래주머니가 달린 것 같았다. 회의에서도 한 마디면 될 사안을 두, 세 마디씩이나 한다. 중간 중간에 회의 집중을 흐리는 우스갯소리도 하나씩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5
첫 PR을 날렸다. 얼마 전, Async Swift 컨퍼런스에 참여했는데, 29cm iOS 개발 리더 김우성 님의 '코드 리뷰 문화 세션'이 인상깊었다. 프로덕트 개발도 중요하지만, 성장도 필요한 우리 팀에게 적절한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팀원들에게 이 문화를 도입하자고 건의했다. 그에 따라서 첫 PR을 굉장히 세세하게 남기려고 했다. 그리고 코드보다 코드를 설명하는 말이 더 많아야 한다고 했고,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했다. 이렇게 PR을 하는 게 처음이라 감이 안잡혀서 더 오래 걸렸다. 진짜 개발 팀에서 일하는 것처럼 하고 싶었고, 그래서 더욱 신경써서 남겼다. 이런 것을 체화하면서 회사에서 뽑고 싶은 신입이 되고 싶다. 진짜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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