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K입니다!
오늘은 제가 지난 프로젝트 킨디를 3개월간 이끌며 느낀 점, 배운 점을 공유하려고 펜을 들어봤습니다.
회고 식의 글인 만큼 편한 문체로 작성한 점 양해바랍니다!
배경
돌이켜보면, 킨디는 어느 때보다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겠다는 일념, 열정, 집착, 몰입, 집중이 심했던 프로젝트였다. 시간, 사람, 장소, 아이디어, 흥미, 동기 부여 등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모든 요인들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서든 남과 스스로에게 성과로 증명하고 싶었다.
그때의 내 머릿속엔 오로지 성과밖에 없었다.
행동
#1
일을 잘하고 싶어서 '일'에만 집중했다. 회의 때도 일 얘기가 아닌 말이 나오는 것을 꺼려했고, 사석에서 팀원과 편하게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 초반에는 식사도 거의 혼자서 먹곤 했다. 웬만하면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고, 눈 앞에 쌓인 일을 처리하기 위해 곧장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그때의 나는 서로 편해지면 일 할 때의 집중력이나 팀 분위기가 흐려질 것을 걱정했었다. 3개월 간 정말 타이트하게 진행되다 보니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일에 방해되는 요인이나 시간을 뺏을만한 것들을 아예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팀원의 장단점∙상황∙감정은 물론 나의 상태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프로젝트 초반 1~2개월은 정말 오로지 '일'만 생각하고 '일' 위주로 모든 초점을 맞춰서 진행했었다.
#2
쌓여가는 주간 회의록에 비해, 팀원 간의 유대감은 좀처럼 쌓이질 않았고, 팀원들의 체력도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우리 팀은 스프린트가 끝나면 회고와 팀원 간의 피드백을 진행했다. 어느날 나는 거기서 꽤나 충격적인 피드백을 얻었다.
팀원들이 너무 압박감을 받는 다는 것이었다. 일도, 회의도, 내가 하는 말도 모두 여유가 없는 것 같고, 팀원들의 체력도 많이 떨어졌고, 지친 상태에서 심리적 압박감 또한 받으니 너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평소 나의 업무 특성상 일을 할 때는 몰아쳐서 하는 타입이긴 하지만, 이런 업무 스타일과 더불어 성과에 대한 집착이 팀원들을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 아니, 보통 힘든 게 아니라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할 정도로 팀원들이 큰 압박을 느낄 줄은 몰랐다.
이 일을 계기로 무언가 잘못 흘러가고 있음을 인지했다.
#3
당시, 아카데미에서 워케이션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올 시기였다. 팀 별로 워케이션을 희망하면 일정 기간동안 어디든 다녀와도 되었다. 우리 팀에서도 워케이션을 통해 리프레쉬도 하고 한 숨 돌리고 싶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2박 3일간 경주로 워케이션을 다녀오면서 베타 버전을 첫 출시할 수 있었다.
이 워케이션은 큰 기점이 되었다. 2박 3일간 일도 하고, 밤에는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으며 팀원과 긴밀한 얘기를 하면서 그간 못찾은 여유도 찾을 수 있었고, 스스로 힘을 빼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나도 지쳤기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힘을 빼게 되었다. 워케이션을 다녀오고부터는 팀원과 식사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회식도 전보다 자주 열었다. 회의에서 시덥잖은 농담도 하고, 사적인 얘기도 종종 했다. 웃을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퍼포먼스가 향상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우리 팀은 베타 버전 이후 새로운 커뮤니티 기능을 덧붙이는 큰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었다. 이때도 일이 정말 많았는데, 초반에 비해 많이 지쳤던 것을 감안해도, 팀의 능률이 향상되었다. 나는 물론, 팀원들도 각자 맡은 일을 잘 처리했다. 우리 팀은 칸반으로 태스크를 관리했는데, 당시 칸반 티켓이 눈에 띄도록 비어져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아이러니했다. 그렇게 잘하고 싶을 땐 역효과가 나더니, 오히려 힘을 빼고 내려놓으니 퍼포먼스가 더 좋았다. 왜 이런지 궁금했다.
#3
프로젝트가 끝나고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는 책을 읽었다. 건강한 팀 문화, 리더로서 팀을 이끄는 법,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 등을 비롯하여 그토록 내가 궁금해하던 성과를 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프로젝트에서의 나는 완전 반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일을 잘하고 싶어서 '일' 외의 모든 것을 신경쓰지 않았고, 유대감이 쌓일 틈을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회의에서도 일 외의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고, 삼가해달라고 부탁했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정반대로 팀원이나 팀원의 가족 또는 사적인 일의 안위를 묻는 것부터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 결국 일도 사람들이 하는 거고, 창업도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거고, 크건 작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사람들이∙사람들 속에서∙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었다.
나는 워케이션을 다녀오고 나서 스스로 일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의 능률이 올라갔던 것을 의아해 했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성과에 대한 과한 집착은 독이 되었다. 일을 잘하려면 '사람'에 집중해야 했고, 스스로 힘을 빼면서 팀원에 집중할 수 있었고,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결론
#1
모든 요인들이 준비되었다는 것은 큰 착각이었다. 가장 중요한 요인 하나가 없어서, 다른 것들은 무용지물이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준비가 안되었던 것이었다. 모든 요인들을 조화롭게 버무리고 팀을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이끌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방법을 몰랐고, 이상적인 방향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2
큰 오답노트를 하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지난 교훈을 잘 새겨서 고쳐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팀을 만난다면, 책과 프로젝트에서 배운 교훈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싶다.
#3
또 하나 배운 것은, 성과에 집착한다고 해서 최고의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집착은 뇌에서 공포로 인식한다고 한다. 공포를 인식한 우리의 신체는 몸이 굳어지고, 이는 좋은 퍼포먼스를 내지 못한다. 나의 단점은 무언가에 너무 집착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몸의 힘을 약간은 빼고서 상황을 즐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게 오히려 더 좋은 퍼포먼스를 야기할 것 같고, 이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요약
1. 일 잘하고 싶어서 오직 '일 자체'에만 집중함
2. 하지만, 일을 잘하고 싶다면 '사람'에 집중해야 함
3. 결국 개발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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