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독립서점 플랫폼 어플 '킨디'를 제작하는 기간 동안 남겼던 메모를 엮어 재가공한 글입니다.
- 따라서, 상당히 주관적인 글이며, 당시 제가 느꼈던 걱정, 불안감, 긴장, 즐거움, 자기반성 등의 감정이 소상히 적혀있습니다.
- 더군다나, 현시점에서 다시 더듬어보는 상황도 있기에 부정확한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 그러니, 재미로만 봐주세요.
- 혹시, 킨디가 궁금하시다면 이쪽으로 오세요.
#1
팀 샌들즈의 첫 회의가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기획 회의를 진행하기 앞서, 각자 이번 프로젝트 기간동안 원하는 목표나, 바라는 점과 싫어하는 점들을 얘기하며 팀 문화를 하나씩 만들어갔다. 또한, 독립서점에 관한 개념을 팀원들한테 다시 설명하는 세션을 열었고, 이전에 아이디어 피칭을 준비하며 조사했던 독립서점 문화의 페인 포인트들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팀원들 모두 아이디어에 흥미가 있어서 합류했지만, '흥미'를 느끼는 수준만으로는 아이디어를 디벨롭하는 과정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팀원들이 독립서점 문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첫번째 미션이었다.) 내가 준비한 것들을 발표하였고, 보다 심층적인 이해와 몰입을 위해 백문이 불여일견이다는 생각으로 포항과 경주의 여러 독립서점 견학을 다녔다. 우리는 이 문화에 대해 앞으로 3개월 동안 깊게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에 초장에 깊은 이해와 흥미를 느꼈으면 좋겠고, 이 문제에 대해 모든 팀원이 가슴 깊이 공감하는 것이 필수라 생각했다.
#2
회의를 할 때는 노션 툴을 이용했다. 노션을 자주 이용해서 편하기도 하고, 방송국이나 멋쟁이 사자처럼에서부터 쭉 써온 회의록 템플릿을 노션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노션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특히 멋사에서 회의록의 효과를 톡톡히 봤는데, 회의록을 쓰고 부터는 같은 주제를 두 번 얘기하거나, 중요한 내용을 잊는 일과 같은 비효율적인 일이 거의 없었고, 회의 시간도 절반 정도 단축할 수 있어서 기록의 중요성과 효율성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에도 회의록 템플릿을 사용하였고, 자연스레 회의도 내가 진행하게 되었다. 특히 다음날 얘기할 사안을 미리 적어놓고 팀원들이 회의 참석 전에 이를 숙지하고 올 것을 부탁드렸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1)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볼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회의 시간을 줄일 수 있음 2) 그래서 양질의 아이디어를 미리 떠올릴 수 있음 이 두 가지 장점을 얻을 수 있었다.
#3
약 3~4일 정도 독립서점을 몸소 체험도 해보고, 서점 점주분들과 얘기를 나눠본 덕에 팀원들 모두 독립서점에 대한 핀트나 주파수를 맞출 수 있었다. 좀 더 정확하고 증명된 페인 포인트를 도출하기 위해서 유저 리서치를 진행했다. (우리끼리 얘기를 나눈 페인 포인트가 '뇌피셜'에 불과하다는 것을 팀원 모두가 동의하였다. 때문에 '진짜' 페인 포인트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독립서점 이용자 나이대, 방문 목적, 정보를 얻는 방법, 클래스 참여 유무, 불편한 점 등을 물어보는 질문지를 작성했고, 독립서점 관련 네이버 카페, 각종 SNS 등 우리의 손이 닿는 모든 곳에 리서치 링크를 뿌려댔다. 그 결과 대략 100분(반올림ㅎㅋ) 정도 리서치에 참여해주셨고, 각자 사비를 털어 7명을 추첨하여 기프티콘을 지급해드렸다. 이렇게 실제 유저들이 느끼는 점들을 페인 포인트로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러한 문제들의 임팩트나 현실적인 여건 (우리의 기술 수준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주어진 시간 내에 해결 가능한 일인지 등), 우선순위 등을 고려하며 필터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업의 유저 리서치와 비교했을 때 엄청 효과적인 리서치는 아니었을지라도, 우리가 예상한 페인 포인트나 가설들이 비단 우리만 느끼는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앞으로 더 거침없이 나아갈 힘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검출된(?) 페인 포인트들을 리스트업 하였고, 앞으로의 남은 기간 동안 하나씩 차례대로 파고들고, 완수하고, 정복해갈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리스트는 팀 샌들즈만의 원피스 보물 지도와 같다고 느꼈다. 독립서점 문화에 깔려있는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그런 여정을 앞둔 기분이었다. 그래서 최종 페인 포인트 리스트를 팀원들에게 발표하며, 원피스 짤을 넣었다. 앞으로 잘해보자며 재밌게 얘기했다. 반응은 꽤 괜찮았던 것 같기도. (사실 나는 원피스를 안봤다.)
#4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과정을 요약해서 정리해놓으니 순탄히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때의 메모를 보니 스스로 고삐를 더욱 당겼던 것 같다.
팀 문화를 정립하고, 일하는 방식의 체계를 잡아가는 시기인지라 더욱 신경을 써서 그랬던 것일까. 방송국, 멋사에서도 팀을 이끌어본 경험이 많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순전히 내가 직접 아이디어 피칭을 하고, 팀원들을 손수 모았기 때문에 더욱 큰 책임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지만, 이제야 아쉽다고 생각이 드는 점은 '잘 해야겠다'고 스스로 되뇌여서 그런지 몸에 너무 힘이 들어가고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다음 기회가 있으면 몸에 힘을 빼고, 좀 더 즐기는 마인드로 임해도 좋을 것 같다. 꼭 전투태세를 갖춰야만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교훈을 얻었달까.
'Retrospecti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립서점 플랫폼 어플 '킨디' 제작 일지 (5) - 베타 버전 출시까지 (Feat. 코로나 확진, 워케이션) (0) | 2022.12.10 |
---|---|
독립서점 플랫폼 어플 '킨디' 제작 일지 (4) - 개발 시작 (Feat. 애자일, 스크럼, 칸반, PR 문화, 플래닝 포커) (0) | 2022.10.29 |
그간 일들을 정리하며 (0) | 2022.05.05 |
Apple Developer Academy 합격 후기 (1) CV, Portfolio (0) | 2022.02.10 |
[side project] alien-test : 외계인이 알려주는 나의 전생 (0) | 2021.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