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머릿속을 캄-다운 하고자 이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봤다. 영화를 보며 전반적으로 독특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여기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고? 이런 대사가 나온다고?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자주인공의 성격이 괴팍하기까지 하다. (극중 상황을 보면 이게 당연하지만, 처음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2003년작이라 그런지 뭔가 정제되지 않은 투박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물씬 느껴졌다. 조제의 말투도 특이한데, 실제로 조제가 구사하는 일본어 말투가 우리나라로 치면 경상도 사투리라고 한다. 그리고 할머니랑 같이 사는 환경때문에 할머니 말투를 썼다고 한다. 일본 영화에서 흔히 봐온 말투가 아니어서 그런지 더 독특하게 다가왔다. 여러 독특한 점들이 있었는데 이게 또 이 영화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일본은 영화도 영화지만 영화 음악을 참 잘 만드는 것 같다. 영화에선 확실히 2003년 느낌이 있는데 음악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요즘 음악이라해도 믿겠다. 영화를 보고 영화 음악을 들으면 가시지 않은 여운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영화 음악이 좋으면 그 영화가 더 좋다. 이 글을 쓰면서도 ost를 듣고 있는데 아직까지 그 영화를 즐기는 기분이라 좋다.
여러 독특한 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사람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이유는 츠네오와 조제가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이 우리의 현실적인 모습과 닮아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몸이 불편한 조제는 할머니와 같이 살며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츠네오가 조제와 할머니를 도와주며 가깝게 지내다 사랑에 빠진다. 츠네오는 가족들에게 조제를 소개시켜주고 싶을 만큼 조제를 사랑했지만 점점 지쳐갔다. 차안에서 조제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고, 동생에게 고향엔 다음에 가겠다고 한다. 조제는 츠네오와의 시간이 얼마 안남았음을 알아차리고 고향으로 가는 길이 찍혀있는 네비게이션을 꺼버린다. 그러고 무작정 바다를 보러 가자고 한다.
바다에 갔다오고 5개월 뒤 츠네오와 조제는 담백하게 이별한다. 츠네오는 자신이 도망친 것이 이별의 이유라고 한다. 조제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여러 현실적인 상황때문에 이별을 택했다. 사랑만으론 그 간극을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츠네오는 용기가 없었던 것일까? 도망쳐서 이별을 택한 츠네오는 불행해야 할까? 학교는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의 다양한 나약한 모습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교과서에는 인간의 강한 모습만을 조명하고 이상적이고 고결한 도덕을 추구하게끔 한다. 우리가 어릴 때 읽은 동화책에도 용기 있는 자가 사랑을 쟁취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산다. 우리의 나약한 모습은 그럴 수 있는 모습이 아니라 그래선 안되는 모습인 것처럼 여겨진다. 현실의 우리들도 츠네오와 같은 경험이 있어서 이 영화를 좋아하는 거 아닐까. 사는 게 늘 동화같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보통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다. 이 영화가 사람들한테 '그래도 돼 괜찮아~'라고 위로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동진님의 무릎을 탁 치는 평을 해주셨다. 이 평으로 급마무리하겠따.
이동진 : 부디 우리가 도망쳐온 모든 것에 축복이 있기를.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부박함도 시간이 용서하기를. 결국 우리가 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삶의 뒷모습도 많이 누추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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