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한국 전통 식문화’ 김장에 쓰이는 배추는 김치로 탈바꿈하기 전 절여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배추를 소금물에 담그고 소금을 배추에 뿌려가며 6-8시간 절인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소금 알갱이들이 배추의 구석구석을 파고들면, 배추는 열렬히 쏟아지는 소금 알갱이들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흡수한다. 소금에 정신없이 허덕이다 몸뚱아리가 휘어지도록 절여질 즈음 배추는 본격적인 김장 준비를 마친다. 이 염분을 가득 머금은 절임 배추는 우리가 먹는 맛있는 김치가 된다.
2. 대학교에서 5학년까지 보내는 불상사를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2학년 2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의 매 학기마다 20학점 이상을 들었다. 그리고 올해 코딩 공부를 시작했는데, 진절머리 나는 전공 공부와 처음 접하는 코딩 공부를 병행하려니 점점 버거워져 몸부림치기 직전이었다. 그때의 나는 달리 신경 쓸 것 없이 하루 종일 코딩 공부에만 전념하면 소원이 없겠다 생각했다.
3. 장렬히 1학기를 끝내고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성적을 받으며 방학을 맞이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현장실습을 나가지 않아도 되었기에 코딩 공부로 방학을 채웠다. 드디어 코딩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나머지 이것저것 스터디와 프로젝트, 개인 공부들로 방학을 채웠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개강까지 3주 정도 남은 지금, 불현듯 나는 내 공부를 잘 소화해내고 있는지에 의구심이 들었다.
4. 소화해낸다 함은 내 역량에 맞는 양을 공부해내며 이를 내 것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수월히 이루어지고 있는가 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나아가 무작정 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맥북을 두들기며 시간만 축내면서 나 열심히 했다고 자위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코드를 작성해왔는지를 고민하고 행하고 있냐는 말이다. 진정 나는 쏟아지는 코드들을 무사히 소화하고 있는가. 아니 긴 말 다 필요 없이 열심히는 기본이고, '잘' 하고 있는가.
5. 이번 주 월, 화요일 즈음에 공부 효율이 급격히 감소했다. 자칫하다 자존감 저하로 이어지는 아주 오글거리는 파국으로 치달을 뻔했으나 감정에 브레이크를 걸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성적으로 공부하는 과정에 팩트와 수치를 도구 삼아 효율 저감의 원인을 파헤쳐보자 생각했다. 스스로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아무래도 방학 동안 하는 것이 없으니 도서관에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에 그냥 죽치고 앉아서 코딩 공부만 하고 있었고, 아무런 복기 없이 쭈욱 이어져 온 이 공부 흐름이 쳐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6. 정신없이 쏟아지는 코드들이 내 머리 구석구석을 파고든다. 근데 나는 배추처럼 이 쏟아지는 코드들의 양분을 흡수하고 있는가. 아 나 이러다 배추 만도 못 한 사내가 되는 거 아닌가. 공부 효율이 점점 떨어지다 수동적으로 인지당하고 나서야 내가 '잘'에 대한 생각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간이 흘러버리고 나서야 후회하면 늦다. 늘 '잘'에 대한 생각을 끼고 살며 소비하는 시간의 농도를 짙게 만들어야 한다.
배추 만도 못 한 사내가 되지 않기 위해선 '잘'에 대한 생각을 놓쳐선 안 된다.
+그래서 약간의 변화를 주었는데, 하루에 주어지는 공부 시간 블록을 먼저 설정하고 그 블록 안에 공부를 채워 넣었다. 느슨해진 시간을 타이트하게 가져가려는 의도로 이런 변화를 주었는데, 다행히 이런 사소한 변화에도 공부 효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소해도 좋으니 조금씩의 변화가 필요한 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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