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제주제주

1. 1년 전부터 계획한 과정에 최종 탈락했다. 과정을 준비하면서 붙을 수밖에 없게 준비를 했다 생각했지만, 무언가 부족했나 보다. 면접에 대비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다 하게끔 준비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진행되었다. 그렇기에 합격할 수 있다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포커스를 면접관의 입장이 아니라 나에게 둔 것이 패인이었던 것일까.

2. 어떤 친구는 인턴으로 근무 중이던 광고 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서울에 갈 때마다 꼭 보는 친군데, 결국 원하던 회사에 합격했다고 한다. 워낙 자기 일을 잘하는 친구라 큰 걱정은 없었다만 취업을 준비하며 근심이 묻어 나오던 얼굴이 기억에 남았다. 합격 소식을 듣고 기뻐서 촐싹댔을 친구 표정을 생각하니 웃기면서도 너무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친구에게 촐싹 맞은 축하를 해줬다.

3. 교도관이 되기 위해 1년간 공부하던 친구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하차했다. 그 친구에게 수험 생활이란 처음이자 큰 도전이었고 안동에 있는 기숙학원까지 가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던 친구가 얼마 전 내게 공부를 그만뒀다는 소식을 전했다. 스무 살의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그 친구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단 이유로 실망하고 자책하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했다. 내가 재수할 때는 몰랐던, 뒤늦게서야 알게 된 것들을 친구는 깨달았을까. 결과가 전부가 아님을 그 친구는 알고 있을까.

4. 한 친구의 눈물을 보았다. 그 친구는 2021년을 알차고 바쁘게 보냈다. 올해 막바지에 여러모로 지치고 힘든 시기였을 텐데 주변 상황으로 힘들어 보였다. 웃음이 참 밝고 이쁜 친군데, 눈물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가 가진 말 중 제일 좋은 걸 내어주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좋은 말들이 돌아서고야 생각났다. 내게 본인의 힘듦을 덜어줘서 고마운 동시에 그만큼 좋은 위로를 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날이 따뜻해지면 그 친구의 슬픔도 고민도 눈 녹듯 사라졌으면 좋겠다.

5. 올해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히 들었다. 대학교에서의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른 후, 나는 곧장 제주도로 2박 3일간 떠났다. 휴식을 위해 제주도로 갔지만, 그곳엔 휴식이 없었다. 불합격 소식을 제주도에서 본 가장 멋진 경치를 앞에 두고 확인했다. 이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6.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지금 당장 답이 보이지 않는 고민은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일까.